이름  


예외적인 경우만을 제외하고 사람에게는 자기 뜻과 상관없이
부모를 통해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려주는 생명과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이름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이 맛이 좋고 병충해에 강하듯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이름은 중요합니다.
중국의 대학자 구양수(歐陽脩)는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즉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였고,

우리 조상들도 이름을 매우 중히 여기어
남자 20세 성인이 되어야 이른바 
성년식이라는 관례식(冠禮式)을 올리고서
정식으로 이름 즉 관명(冠名)을 지어 본명(本名)으로 삼고 
호적(戶籍)이나 족보(族譜)에 실었습니다.

이름이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아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해서 성명학(姓名學)이 태동하고 
근세에는 사주(四柱)와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이름을 
선호하기도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이름이 천해야 오래 산다는 
악명위복(惡名爲福) 천명장수(賤名長壽)의
속설 때문에 '나쁜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일반화돼 있었습니다.
조선 왕주의 고종도 어릴 때 '개똥'으로 불렸고,
황희 정승의 어릴 적 이름은 '도아지(돼지)'였다고 합니다.

이름은 역시 시대마다 유행을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 
바로 그 자체인 이름은 무엇보다 참신하고 독창성과 개성미가
풍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미가 좋아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이름 바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올 들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명신청은 지난 8월말 현재 
2만 6200여건으로 이미 지난해의 80%에 이른다고 합니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멀쩡한 이름을 바꾸려는 사례가 부쩍 늘었고,
'공부 잘하는 이름' '박찬호 박세리 같이 성공할 수 있는 이름'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편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외국식 이름을 갖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무역업계의 해외 영업 담당 사원들이 자신의 본명 외에
영어식 이름을 만드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좋은 이름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훌륭한 이름에 걸맞게
가치 있게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며 소리없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이름 없는 사람'도 많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