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시
     
    '가세끼(化石)'라는 일본 영화는 50대의 한 사나이의 생과 죽음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재벌이 됩니다.
    그러나 유럽 여행 중에 병에 걸립니다.
    동행한 사원에게 걸려 온 전화를 우연히 도청하고
    자기의 병이 암이며 잘 치료해야
    1년밖에 더 살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절망과 좌절과 자포자기와 허무감 속에서 그는 자기를 잃어버립니다.
    모든 것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것이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파리의 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인에게
    대한 사랑이 그에게 다소나마 침착을 회복하게 합니다.
    
    죽음을 1년 앞에 놓고 비로소 그는 자기가 지금까지 헛 살아온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가 정신없이 해 온 그 일들이 사실은 정말 인간이 해야 할 
    일들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자기를 키워준 계모를 찾고 고개를 숙입니다.
    하나 밖에 없었던 동생을 만나 나란히 하룻밤을 지새며 
    형제의 우의를 되새겨 봅니다.
    
    전쟁터에서 사귄 옛 친구를 수 십 년만에 방문해 봅니다.
    그의 귀에는 죽은 아내가 들려주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해 아래 있는 모든 것이 헛되도다"
    라는 구약 전도서 1장의 말씀이 생생하게 울려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싸움과 분주함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 두 딸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그 이상이며 사랑의 폭이 넓은 것이며
    창조주가 준 시간은 귀중한 선물이라는 신앙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몇 달을 어떻게 살 것인가?
    초노에 들어선 사나이의 진지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것은 만든 이야기라기보다 대부분의 인간들의 실패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주인공에게 결정타를 준 큰 가시는 
    그의 생명을 50대에서 끝나게 하였으나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고 짧은 며칠이라도 참 삶을 살게 한 
    고마운 가시가 되었습니다.